노인 하나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어 가는가는 지극히 사적이면서 또한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 정치 안에는 계급과 젠더, 가족조의 등의 이데올로기들과 사회복지, 과학 및 산업, 생명 윤리, 고령화, 효, 신앙 등 많은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이런 것들을 괴물처럼 빨아들여 사회 구성원 모두를 가해와 피해로 뒤엉키게 한다.
부모의 죽음과 우리들의 죽음 사이에서, 변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한다. 가족에게만 혹은 가족 중 누구에게만, 특히 대체로 여성에게만 노인 돌봄이 떠맡겨지지 않는 사회, 늙음과 죽음이 돈으로만 거래되지 않는 사회, 돌봄 노동이 가장 싼 노동으로 취급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엄마는 갔지만, 내 기억과 그녀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와 해석과 질문을 통해 그녀는 세상에 있다. 죽음이 강력한 이유는, 모두에게 가차 없고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인다. 그러니 죽음이 예약된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그에 반해, 실버타운 노인들은 예외적 존재였다. 돈으로 조달할 수 있는 온갖 편리와 우아해 '보임', 교양'스러움', 따스해'보임'을 소유한 그들은 자식과 안정적 관계를 차지할 가능성도, 노인 혐오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도 더 컸다. 세상을 보는 주요 관점 중 하나가 '계급'인 나로서는, 부모가 아니었다면 실버타운 노인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부자들이 어떠하다는 왈가왈부 이전에 내 관심과 삶을 가난한 사람들 속에 두고 싶어서다. 하지만 늙음과 죽음의 가차 없음이 나를 유혹했다. 늙음과 죽음은 부자든 빈자든 누구에게나 가차 없이 다가온다. 늙어 죽어가는 과정에서 돈이 얼마나 유효하고 또 무효한지, 부자들이 늙어 죽어 가는 과정에 대해 가족/사나업/국가는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는지, 이는 가난한 노인들과 얼마나 다른지 보고 싶었다.
효의 비용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부모를 자주 보게 되면서, 자신들이 젊어서 번 돈이나 비교적 부유한 자식들의 돈을 노년에 실버타운의 비싼 생활비로 지출하는 것에 대해 여러 결의 생각들이 뒤엉켜 있다. 일단 가족 중심적 입장에서 보면, 내 부모가 비교적 좋은(비싼) 환경에서 거주하고 남매들 역시 경제적 여건과 우애가 좋아 여유롭게 함께 돌봄을 할 수 있어 심간이 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빈곤과 노력이 겹친 늪지대가 점점 더 확대되고 이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고통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의해 요양원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노인들을 생각하면, 공정과 평등에 관한 윤리적 고민과 공분이 일기도 한다. 특히 30인 이상의 대형 요양원은 노인을 수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목차
들어가며
2016년 일기 엄마의 습
2017년 일기 가차 없이 다가오는 것들
2018년 일기 삶의 가장자리에서
나오며
이 책은 이주일동안 아주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던 책입니다. 이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함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요즘에 하고 있는 여러가지 고민들을 이미 현장에서 치열하게 겪어내고, 자신조차 답을 찾지 못한 수많은 아이러니와 감정들을 담담하고 또한 단단하게 정리해둔 이 책이,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감정까지 잘 녹여내고 있는 이 책이, 희망하기로는 먼 미래에 나에게도 똑같이 다가올 상황을 미리 머리속에 그릴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저자가 겪었던 상황과 감정을 크게 다르지 않게 마주하게 되겠지요.
저자가 마지막에 남긴 말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입니다.
누구보다 치열한 고민을 했을 저자가 남긴 말이기에 더 곱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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