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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도서관

[도곡동 도서관] 오늘부터 돌봐드립니다 - 델핀 페생

by 생각하는 사람_09 2024.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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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파란 머리

거짓말

웃음 부레랑

꽃 이름

거리 두기

검은 고양이

껌딱지를 찾아서

불법 체류자

항복

다시 원점으로

둥근 식탁

우울 모드

사고

가장행렬

68운동

혁명

독약

흰머리 노인들의 행렬

충격파

교전 상태

약간의 짜증과 엄청난 분노

비밀 털어놓기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상자

깜짝 선물

완벽한 순간

뚜껑을 열다

눈물

명령

빨간 선

정리

마지막

원정대

마스코트

화해

에필로그

 

 

요즘,

노인 요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정식 명칭을 잘 모르겠다. Aged care) 내 머릿속에 있는 요양원에 대한 이미지는 복잡 미묘했기 때문에, 일단은 정보성 책들보다는 말랑한 책들을 먼저 읽으면서 내 머릿속의 이미지들을 한번 점검해보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노인 요양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몇 년 전 시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아버님이 계속 누워만 있으려는 어머님한테, 당신 못 걷기 시작하면 요양원 보낼 거야!라고 말을 했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머님이 걷기 운동을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의 그 마법 같은 주문은 언제나 통했고 그 덕분에 어머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누군가를 크게 고생시키지 않고 화장실은 혼자 가실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제 머리속에 요양원이란, 매일 죽도록 힘들게 운동을 해서라도 가고 싶지 않은 곳 (그리고 그 덕분에 깨닫게 된 건, 인간이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냐 없냐가 몹시 큰 척도가 된다는 것.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용변을 치우기는 싫을테니 말이이에요.) 

요양원 관련 에피소드는 또 있습니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친정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와 뇌출혈이 한꺼번에 오면서 의식이 없었던 기간이 꽤 긴데, 그때 엄마는 본인의 몸이 성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요양원은 보낼 수 없다며 볼때마다 입술을 앙 다물었습니다. 그렇게 엄마는 본인의 몸을 갈아가며, 아빠를 간병해냈고 (그리고 동생의 몸도 갈아가며) 아빠는 의식을 찾았을뿐만 아니라 기억은 소실되었고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잘 지내고 계시는데, 지금도 엄마는 요양원에 보냈더라면 아빠는 죽었을거라며 그 얘기를 합니다. 그 때 저에게 요양원이란? 가족은 절대로 보내고 싶지 않은 곳. 가면 죽는 곳

그 외에도 나이가 들 수록, 요양원에 대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요양원에 보내지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사람,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너무너무너무 고통스러워서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

어머님은 어디 계세요? 요양원에요.....라고 말 끝을 흐리는 사람

그리고 곧바로 뒤따라오는 굳이 필요 없는 부연 설명과 너무 과장된 주변의 수긍.

요양원은, 참 단순하게 설명되기 힘든 감정적인 모양을 하고 있었고, 그 모양은 내 머릿속에 있는 요양원에 대한 이미지 지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던거죠. 왜, 내 머리속에 요양원이란 이미지가 복잡 미묘했는지. 요양원이란 것이, 그렇게 복잡 미묘한 감정과, 많은 사연과 이야기와, 추측과 상상과 허구와 함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런데, 그럴 리가 없겠지요. 

아무리 이 세상이 지옥이라지만, 그 지옥이 집대성된 곳이 요양원이 아니고서야 

그럴리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인간이란, 지독한 불행 속에서도 뭔가를 찾아내는 동물이지 않나요?

그런 인간들이, 심지어 돈도 있을 인간들이 그렇게 무기력 속에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그런 돈 많은 노인들은 다들 집에서 주렁주렁 뭔가를 매달고 전담 간호사와 보호사와 가족들의 케어를 받고 있을까요? 그러면 그게 행복일까요? 돈이 많으나 없으나, 인간의 끝은 같습니다. 죽어가는 것.

분명히, 거기에도 답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이 생각들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권의 책을 빌렸고 앞으로도 빌려볼 예정입니다. 

4권 정도의 책을 읽었지만, 첫 시작은 제일 달달한 걸로, 

 

오늘부터 돌봐드립니다. 

 

프랑스-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탔고, 이 책은 청소년 서가에 있을 정도로 말랑한 책입니다. 

 

몇 번 넘어졌을 뿐인데, 

갑자기 내가 기르던 고양이와 오래된 추억이 있는 나의 집에서 몇 가지 물건과 몸만 달랑 나와 요양원에 가야 했던 할머니. 과거에는 선생님이었고, 정의를 위해 싸웠었고,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단출한 방에 제한된 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한 사람이 된 것.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삶을 살았고, 사랑을 했고, 고생을 했다는 뜻이다. 용기 있었고, 비겁했고, 어리석었고, 사랑에 빠졌었다는 뜻이다. 틀린 적도 있고 많은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참 와닿는 글귀였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인생에서 혼란스러운 변화를 아마도 인생을 살면서 가장 수치스럽고, 무기력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받아들이게 된 할머니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그리고 노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약간은 특이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 되면서 각자의 변화를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그런 이야기. 

 

늙어간다는 건,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그런 일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는 없지만, 누구도 준비되지 않은그런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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