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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도서관

[도곡동 도서관] 부모와 인문학 - 윤성경

by 은퇴한 노구 2024. 4. 15.

 

부모와 인문학



요즘 부모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6학년 아들과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헤쳐나가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이 책은, 역시나 과정은 있지만, 결론이 없는... 요즘 책을 읽으며 많이 드는 생각은 과정은 있으나 결론이 없는 책이 많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 "부모와 인문학"이라는 책입니다. 당연히 누군가에게 특히 "자녀교육"에 대한 결론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본인조차 결론을 모르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같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사는 와중에 써내려가는 책들이니 본인도 아직 아이가 완성된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해 판단을 하기도 어렵기는 하겠지요. 그렇지만 읽고 나면 허무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자녀는, 
부모가 가장 사랑하는 타인이다.  이건 너무나 명확합니다. 요즘 집에서 아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새어나옵니다. 너무 예쁘고 귀여운 생명체입니다. 그런 아이가 학원을 다녀와서 저녁을 먹고 숙제는 안 하고 게임을 합니다. 한편으로는 학교를 다녀와서 쉬지 않고 학원을 2개나 다녀왔는데 게임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가도 숙제를 안 하고야 마는 모습을 보면 또 속이 상합니다. 모든 부모의 무한반복적인 일상 아닐까요. 이 책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이 없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아이들은 오랫동안 대학입시라는 획일적인 목표 하나만 보고 달려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 마라톤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성공적인 입시를 위해 아이들의 예술성이 관리되고 디자인된다. 획일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삶에서 개인이 답답함을 느껴도 그것이 인생이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 더는 순응적인 태도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그런데 실천은 매우 다른 얘기 아닐까요. 아이의 미래에, 그것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타인의 미래에 불확실한 어떤 것을 실험해보기는 어려우니까요




대입은 유치원 때부터 시작된다. 유아들은 읽기, 쓰기, 셈을 하고 수학과 과학을 놀이로 풀어내는 학원에 다니거나 방문교육을 받기도 한다. 또한, 언어발달 민감기를 놓칠세라 영어나 중국어 학습을 시작하거나 한자 학습지도 푼다. 체력과 운동능력을 키우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태권도, 발레, 축구를 배우거나 소근육 발달과 창의성을 높이는 종이접기를 배운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악기도 하나쯤 배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재미삼아 다니던 영어학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영어학원으로 옮겨 다니는 횟수도 늘어난다. 독서량을 늘리고 글쓰기를 배우는 학원에도 다닌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제 학년 수준의 교육 과정을 공부하면 미래가 없다. 선행학습은 물론이고 다양한 교육 체험을 통한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해 각종 대회에 참가한다. 특목중이나 특목고 입학을 위해서는 적극성을 갖춘 자기 주도적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학교와 학원 위주로 일과가 돌아간다. 명문대 입학을 보증하는 특목고에 진학하거나 일반고에서 상위권 성적을 받기 위해 학습량이 늘어난다. 게다가 특목고의 문은 좁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입학 보장이 없지만 다른 특별한 재능이 없는 이상, 아이들이 한 번쯤 꿈꾸는 목표가 되기도 한다. 




이건 다 사실입니다.  대치동에서 13년간 살고 있고, 여기서 아이를 낳고  초등학교 6학년까지 키우고 있는 제가 아는 바와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변 모든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맹렬하게 달립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공식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공식을 하나씩 둘씩  맞춰내지 못하는 순간  미래는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고 느낀 점은, 아! 저자는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의 유치원, 초등, 중 /고등학교의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거나, 본인도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했구나.  였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건지가 없어서 실망스럽습니다. 분명히 제시해줄 수 없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용기있는 제안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안 대신, 저자는 소심한 질문을 던집니다. 
언제까지 아이를 줄 세우기 할 것인가? 
아이를 줄 세우고 싶어하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그 외에 대안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못하는 것뿐입니다. 

이 책은 사실, 후기를 작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그렇지만 책을 읽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