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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 도서관

[도곡동 도서관] 마흔의 문장들 - 유지현

by 은퇴한 노구 2024. 3. 25.

 

마흔의 문장들 

 

마흔,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걸까 

 

 

마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은 왜 이렇게 많을까요

마흔이라는 것에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길래.

저도 올해 마흔입니다. 

"빠른" 생일을 가진 사람으로서, 실은 나는 작년에 마흔이었어야 하지만 윤석렬 대통령 덕분에 올해 다시 한번 마흔이 되었고, 나는 마흔의 2월에 퇴사를 하고 자유노동자가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백수라 말하지만, 백수라고 하기엔 저의 하루는 몹시 바쁘고, 경제활동도 하게 되었기 때문에 백수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흔을 기념해서 퇴사를 한 건 아니었습니다. 퇴사를 하다보니 마흔이었던 것일 뿐입니다. 마흔이라는 것은 어떠한 마법의 단어길래, 많은 사람들은 마흔에 집중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나의 마흔과 저자의 마흔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나는 마흔이라는 것에 저자만큼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흔의 생일을 기념하지도, 마흔이 되는 날의 자정에 의미를 두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흔이라고 하여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다만,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내장 기관들에 뭔가가 많이 생겼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갔고, 경제학 석사를 졸업한 이후 컨설팅 회사와 IB에 취직해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타트업 3군데를 다닌 후 좀 이른 은퇴를 했습니다. 은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예정이 아니라, 다시 취직을 하지 않을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 - 게르드 기헤렌저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어쩌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다니면 꽤 많은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9시 ~ 10시쯤에는 출근을 하고 6시 ~9시 쯤에는 퇴근하는 삶

하루 중 10~12시간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이동시간까지 고려한다면 14시간), 7일 중의 5일이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7일 중의 2일도 쉬거나, 놀거나 둘 중 하나기 때문에 회사를 다닌다는 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에 거의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회사안에서의 생활 자체는 매 순간이 불확실성의 연속인 시간들입니다) 저는 15년 간, 그 누구보다 회사를 열심히 다녔고, 150여명의 리드를 하기도 하며 치열한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에 - 회사 생활은 인간이라면 꼭 제대로 해볼만한 (최소한 5년에서 10년은 꼭! 해봐야 할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 라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너무나 갑작스럽게 저는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시공간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 시간을 살아가는 건 분명히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꽤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그나마 나은 선택이기를

 


 

직장을 다니며 하루에도 몇개의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어떤 의사결정을 했을 때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면담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왜 그 사람에게 그 일을 맡겼나요? 왜 이 일을 이런식으로 하기로 하였나요? 왜 A 안이 아닌 B안으로 결정하셨나요? 매번은 아니지만, 저는 이런 대답을 몇 번 했습니다. 

 

" 제가 최선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저는 차악의 결정을 했습니다. "

 

최선의 의사결정이었다는 말을 기대하며 나에게 온 사람들은, 보통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잘 잇지 못합니다. 최선의 의사결정은 사실 쉽습니다. 최고의 컨디션과 최고의 리소스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상황도 별로 좋지 않고, 가진 재료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은 정도일 때가 있습니다. (종종 있다) 그럴 때도 여전히 의사결정은 필요합니다. 그럴 때는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최악을 피하려는 고민을 합니다. 별볼일 없는 재료들을 가지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면 별로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도 않고,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차라리 최악이 뭔지를 떠올리면 몹시 금방 몇 가지 최악의 결과들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상황과 가진 재료가 그 지경일때는 최악 직전일 때가 많기 때문에) 그 최악을 피하고자 한다면, 내릴 수 있는 결정들 또한 몇가지가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그 몇 가지 중에서 그나마 나은 결정을 혼신의 힘을 다해 하면 됩니다. 그렇게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을 수긍을 하고 돌아갑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지만, 그나마 나은 선택이기를 바라는, 뭐 그런 것입니다.  


 

" 우주의 기본 법칙 중 하나는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불완전함 덕분에 당신도 나도 존재한다." - 스티븐 호킹

 

"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단 한가지는 두려움 그 자체이다." - 프랭클린 루스벨트

 

" 우울증은 어둡고 검은 옷을 입은 여인과 같다. 그녀가 나타나면 그녀를 멀리하지 말라. 차라리 그녀를 받아들여 손님으로 대하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듣도록 하라. " - 칼 융

 

" 지혜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에서 살아남은 데 대한 보상이다." - 브라이언 래스본

 


오!

저는 지금 어리석음에서 살아남은걸까요?

아니면, 아직 살아남지 못해서 지혜를 얻지 못했을까요. 


 

인생 후반부가 아니라 중기 성인기입니다만...

 

" 중기 성인기의 실존적 질문은 '나는 중요한 사람인가?' 라는 것이다." - 에릭 에릭슨


 

마흔은 중기 성인기라고 합니다. 성인기는 3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마흔은 그 중 1/3 정도를 지난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2/3 이 남았네요. 다행입니다! 이 시기의 질문은 ' 나는 중요한 사람인가?' 라고 합니다. 오! 하필,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쉽게 답변 할 수 있는 질문일텐데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 


 

 

"본질적으로 더 좋거나 더 나쁜 성격은 없다. " - 대니얼 네틀

 

" 내가 내성적인지 외향적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방귀를 뀌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 - 조 리셋

 

"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서 인생의 4분의 3을 뺏기고 있다. " - 쇼펜하우어

 


이 다음 책은 쇼펜하우어 라고 이마를 치게 만들었던 한 문장입니다. 


"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평생에 걸친 로맨스의 시작이다." - 오스카 와일드


 

저는 지금 저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평생에 걸친 로맨스의 시작이 지금 시작되었습니다. 너무 기대가 되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 내 모습 그대로 미움 받는 것이 다른 누군가의 모습으로 사랑 받는 것보다 낫다." - 앙드레 지드 


 

직장 생활을 하며 이제 막 중간 관리자가 되었거나, 자기 아래 중간 관리자들이 있고 그 위의 관리자가 된 몇몇의 후배님들에게 했던 조언이 있습니다.

"본인의 리더십의 스타일을 찾고, 찾았다면 반드시 본인의 스타일을 사수해라. "

저는 좀 이른 나이에 관리자가 되었습니다. 관리자가 되며 동시에 대표님으로부터 수많은 리더십에 대한 자기계발서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계발서들을 읽으며 책에 나오는 리더들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좋아보이던 리더십의 스타일을 접목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을 하다가 혹독한 번아웃이 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더의 모습은 내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리더"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다음, 나는 그 리더십에 맞춰 하루 12~15시간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그건 몹시 빠르게 나의 정신력과 체력을 갉아먹었습니다. 나는 1년 반만에 더 높은 자리에 갔지만 (아마, 제가 설정한 리더의 페르소나가 꽤나 괜찮았나봅니다) 완전히 번아웃이 되어 퇴사하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 회사는 리더가 아닌 자리로 갔습니다. 오로지 나로 살자 명심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내가 편한 스타일로 일 했습니다. 리더의 제안을 받았지만 번번히 거절했습니다. 더이상 거절하기가 힘들 때, 나는 내 모습을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나와 대표와 동료들에게 하며 리더의 자리를 맡아, 어떠한 유혹이 있을 때마다, 그 사실을 되새겼습니다. 난 나 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때로는, 나 다움을 버리고 그럴 듯한 결정을 하는 것이 더 쉬울 때가 많습니다. 당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배워서 아는 의사결정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렇게 한 번, 두 번 나 자신을 뒤로 하는 의사결정을 하면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저 다움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였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저와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게도 고스란히 해 주었습니다. 내가 당신과 일하기로 한 이유는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 고유함을 바꿀 필요는 전혀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돌아보면, 그렇게 해서 제가 지켰던 것은 자긍심 (Dignity) 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행복해질 수 있을까? 

 

" 행복은 장마철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행운이 아니다." - 소냐 류보머스키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푸짐한 식사를 한 후 느끼는 식욕과 같다. " - 대니얼 네틀

 

" 자존감을 한 바구니에 다 담지 말라." - 패트리샤 린빌

 


 

저는 제 맘대로 이렇게 해석하겠습니다. 저는 훌륭한 직장인이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별로인 사람입니다. 그 자존감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겠습니다. 


 

" 살고, 사랑하고, 웃고, 배우라. "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 최선의 양육법은 적당히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 도널드 위니콧

 

" 우리를 돕는 것은 친구들의 도움이 아니라 친구들의 도움에 대한 확신이다. " - 에피쿠로스

 

" 비교는 기쁨의 도둑이다. " - 시어도어 루스벨트

 

" 관계를 지속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관계를 무언가를 얻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를 주는 일로 바라보는 것이다. " - 토니 로빈스

 


 

직장을 다니며, 어릴 때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가 싫었습니다. 뭔가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직장을 오래 다니다 보면,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거나, 부모님이 아프시거나, 가까운 사람들이 죽거나 하는 동료들이 생깁니다. 그럴 때, 그 동료들은 퇴사 고민을 하며 상담을 요청합니다. 그럴 때 저는 항상 같은 얘기를 해줬습니다. 내가 당신의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는 없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가능한 한 주위의 도움을 최선을 다해서 받아라. 주변 동료들, 위, 아래, 옆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라. 필요하다면 내가 얘기 해 주겠다. 그렇게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 뿐이다. 분명히 지금 큰 일은 맞지만, 인생에 큰 일이 생길 때 마다 번번히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도움을 받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라. 당신은 마땅히 도움을 받을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다. 만약, 다른 동료가 도움이 필요할 때, 마음껏 도와주면 된다. 

 

도움을 마음껏 요청하고 받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마음껏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

 

그것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럽습니다.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도와주면 어쩌지? 라는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도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음껏 도와주고 도움을 요청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몹시 자유로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팃포탯 전략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친절하고, 받은 대로 되갚으며, 용서하는 전략이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 - 로버트 액셀로드

 

" 인간에게 평판은 전 세계 공용 통화다." - 만프레드 밀린스키